까만양


내 경험상 항상 그랬다. 사랑은 예상할 수 없는 정말 우연한 때에 내 마음속에 찾아와 보금자리를 만들고 다시 어느 찰나 같은 순간에 내 가슴 속에서 영원히 떠나버렸다. 사랑은 준비하고 기다린다고 해서 오지 않았으며 반대로 그 사랑을 완전히 싫증내고 쫓아내고 잊으려 해도 내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았다. 만물이 어느 규율 속에서 하나의 줄을 이루고 그에 따른 원인과 결과하에 살아갈 때 사랑만은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되어 그 규율을 교묘하게 흩트리는 조약돌 파동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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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폴은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자신이 이 사람을 좋아하는 지 안좋아하는 지조차 인식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진부한 인생을 바꿔줄 무언가로 느끼게 됐다. 그리고 질문의 그는 그녀의 마음 속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사랑은 이처럼 알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는 교묘하고 추상적인 무언가다. 언제 오고 언제 떠날지 모른다. 이 책은 그 오묘함, 불규칙성한 사랑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담아놨다. 그리고 나는 보는 내내 그 시작과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안에 빠져 흐르는대로 내게 사랑이 오고 사랑이 갔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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