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양

 

토마스 베른하르트 - '몰락하는 자'
언어파괴자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대표작, 예술의 절대성과 완벽성에 관한 책.
자신의 예술을 한톨의 가치도 없는 무의미한 쓰레기로 전락 시키는 가장 뛰어나고 가장 완벽한 인간, 속히 말하는 천재를 만났을 때 그 상실감, 모멸감속에서 우린 어떻게 우리 자신을 잃어갈 것인가? 소설은 그런 사건에 직면했을 때 한 사람이 어떻게 몰락하고 의미를 잃어가는지 제3자의 독백으로 덤덤히 서술한다.

<우리의 몰락하는 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몰락하는 자였어, 처음부터 몰락하는 자였다구, 그리고 우리 환경을 정밀하게 관찰한다면, 우리의 환경이 그런 몰락하는 자들로만, 베르트하이머와 같은 막다른 골목형 인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돼.>

그는 피아노의 대가가 되고 싶었지만 글렌굴드의 연주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완벽한 패배와 절망 그리고 자기예술의 포기를 느낀다. 그는 그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한다. 예술적 능력, 가치관, 태도, 심지어 죽음까지 그는 글렌굴드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그의 연주는 완벽하며 그에 맞는 완벽한 성격을 가지며 예술가적인 완벽한 죽음까지 가지고 있다! 그는 그렇게 서술한다. 하지만 제3자인 화자는 그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글렌굴드의 천재성은 그가 질서정연한 태도를 가지고 자신을 완벽에 밀어넣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완벽주의적 성격이었기 때문에 만들어졌으며 글렌굴드의 천재성보다는 베르트하이머의 필연적인 몰락에 더 집중한다. 위의 문장처럼 베르트하이머는 태어날때부터 몰락하는 자였으며 글렌굴드라는 천재의 등장이 아니더래도 자신을 끊임 없이 구렁텅이로 밀어버리는, 막다른 골목형 인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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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제 천재와 비천재, 비범인과 범인이 아닌, 몰락하는 자와 몰락하지 않는 자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뿐이다. 소설은 끝난다.
글렌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귓속에 남아 돈다. 진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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