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양

휴가

2016. 8. 29. 17:30 - 조낸킥


Peach Branches #2 -watercolor fruit 

painting by Gretchen Kelly





휴가

무더운 여름날
오호츠크 해와 북태평양의 힘 싸움 아래서
돋아버린 작디 작은 복숭아 하나는
일년 손님 튀폰을 달래는 춤을 추며
머리 위 작은 점 하나에 힘을 모은다

단단하여 이 조차 박히지 않는 
그의 뚝심이
곧세게 난 털과 어우러져
그를
그의 위치에 있도록 하지만,

이윽고 튀폰이 시베리아행 기차를 타고
작디 작은 알밤 같은 맴맴이가 찾아와
나무에 힘을 모으면,
그는
그를 떨어뜨리고 싶어 견딜 수 없다

그가 뚝심을 끊어
그의 머리가 땅을 향하고
그가 자유낙하하면

짧은 휴가가 시작되리라



어쩌면 , 길지도,

무덤, 비석, 영원불멸,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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